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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junhoi
(Homepage) |
2009-05-16 17:14:22, 조회 : 561, 추천 : 35 |
포장지
1학년 6반 성동진
포장지 안에서 살아간다.
포장지는 튼튼해서,
다른 내용물과는 섞일 일은 전혀 없다.
포장지의 안은 공기로 가득 차있어,
가진 것 이상의 부피를 보여준다.
포장지는 화려해서,
내용물과는 달리 남들의 눈길을 끈다.
이렇게
다른 이와 만나지 않고
보다 크고 화려한 내가 산다.
언젠가 포장지가 찢어질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벚꽃
1학년 9반 유재영
봄이면 봄마다
하얀 꽃이 핀다.
봄이면 봄마다
하얀 꽃이 떨어진다.
하얀 꽃은 아름다운
본 모습을 드러낸다.
눈물짓던 아이들도
환하게 웃는다.
하얀 꽃은 열매를 남기고
사라진다.
꼭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열매를 남기고간
하얀 꽃은 어김없이
다음에 돌아왔다.
행복한 모습으로
그림자
1학년 14반 한만제
나는 그림자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산다
도시 속 에서 밟히고 또 밟힌다.
그래도 사라지진 않는다.
밤이 되면 내 모습은 자취를 감추지만
아침이면 다시 살아나는
나는 그림자
세상 속에서 산다.
거울 속 거울
2학년 1반 김종호
거울을 들고
거울을 본다.
거울에 비친 거울 속에
작아진 내가 보인다.
우리는 점점 작아진다.
눈과 눈을 통해
서로를 본다.
서로의 눈 속에
작아진 세상과 내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서로를 점점 작게 본다.
퇴근길
2학년 3반 이지훈
가로등 홀로
길 비추는 골목
발과 허리는
오늘도 중력에 괴롭고
이마는 땀 한 방울 배었는데
매일같이
기계마냥
차갑고 규칙적으로
홀로
하루를 곱씹는
퇴근길
산
2학년 14반 이윤수
뜨거운 가을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잠자리가 노는 날
꿈같은 어린 동산을 봐라.
성숙한 마음에
어린 시절 찾으러
아아, 그 산을 봐라,
그대와 함께 가보고 싶은 그 산.
바람
2학년 1반 이지원
봄을 알려주는 바람
꽃내음을 풍기며
상큼하게 오는 바람
여름을 알려주는 바람
푸른 나뭇잎들이
쑥쑥 자라나게 하는 바람
가을을 알려주는 바람
단풍으로 물든 낙엽들을
보러오라고 알리는 바람
겨울을 알려주는 바람
매서운 추위를 한층
느끼게 하는 바람.
색
2학년 14반 정종철
청푸른 깨끗함 앞에 당당히 서보려 해도
새 빨간 나의 거짓들이 보여질까봐
오늘도 가슴을 움츠린다.
푸르른 배려심 뒤를 따라가 보려고 해도
보랏빛 나의 무관심이 가로막아서
오늘도 발길을 멈춰 선다
화사한 마음으로 웃음지어 보려고 해도
어두운 남색 나의 욕심이 너무 많다
오늘도 웃음이 사라진다
새하얀 내가 되레 당당히 서보려 해도
내 안의 먹물들이 올라와
오늘도 무릎을 꿇고 만다.
오늘도 내 안의 색을 차마
눈뜨고 볼 자신이 없어
내 마음의 눈을 감는다.
담장
2학년 8반 김도형
담장을 허물어라
이 세상에 모든
담장이란 이름의
담장은 허물어라
담장을 허물어라
너와 나의 마음속
담장을 허물어라
담장을 허물어라
아담과 이브의 순수한 영혼의 화합을 위하여
담장을 허물어라
담장을 허물어라
나의 길
2학년 강순우
이 길이 나의 맞는 길인지
이 길이 나의 길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불안이란 두터운 안개에 휩싸인
난 두려워 진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한 가지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목표의 확실함
불확실한 내발걸음
나침반 되어
날 인도해 줄거다.
기도
2학년 김동균
창백한 달빛을 품고
지평선 너머 잠드는 별들
손을 뻗어보아도
잡히는 것은 허공 뿐
새벽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고
희망을 속삭이면
어디선가 한 움큼 바람이 찾아와
지평선 너머로 실어 나르네
고즈넉한 밤뒤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종소리
어둠은 여명에 밀려나고
기도는 시간을 넘는다
얄미워
2학년 배윤재
뒷집 수호는 거짓말쟁이
나랑 같이 맨날 놀지
다가오는 시험기간
탱자탱자 노는 수호
앗, 시험점수 나왔당
수호는 십 점 만점에 십 점
나는 십 점 만점에 오점
우리 엄마는
공부 잘하는 애는 다 거짓말쟁이래
수호는 거짓말쟁이
정말 얄미워
비눗방울
2학년 신수호
동그랗게 구멍 난 막대기에
비눗물을 묻혀본다
아버지가 입금을 훅훅
동그랗게 방울방울
그 방울 멀리멀리
날아간다.
어디까지 갈까?
점점 사라져간다
어릴 적 추억처럼
사라져간다
비눗방울처럼
방울방울추억이
비눗방울 따라 점점 사라져간다
불면증
2학년 장민철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마치고
어제와 같이 침대에 눕는다.
밤하늘엔 암흑이 짙게 깔려 있다
후회스러운 하루를 덮지 못하고
잠을 설친다.
어제와 같은 불면증
내 눈망울엔 하늘에 별 하나가
촉촉이 들어와 앉는다.
나는 너를 쫓지 않고
눈에 담는다.
내일은 희망이 있으리라 믿는다.
내일 밤하늘엔 아름다운 별들이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린다.
봄
2학년 4반 최승준
햇살을 타고 날아온
솜털 같은
민들레 씨앗
잔디밭에서 쏙쏙 피워난다
새싹이 파릇파릇 자라지
아침이 되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잘 잤냐고 물어 본다
봄이 오면
해님이
따스하게 비춰지지
창밖의 햇살
2학년 한재광
창밖의 햇살은
아침의 단 잠을 깨우고
창밖의 햇살은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창밖의 햇살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고
창밖의 햇살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길
2학년 11반 한재석
미래를 향한 길을
나는 걷는다.
수없이 많은 갈림길
나는 나만의 길을 걷는다.
때론 비바람치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면
그만큼 뒤처지리라는 걸 알기에
나는 걷는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내가 걸어온
값진 시간들의 보상을 받는다.
모두가 다른 목적지지만
서로 만났을 때 함께 웃어주는 것이
나만의
소망의 길이다
배춧잎 청춘
2학년 김동현
먼데 산
그 너머 어디 인 듯, 에서 온 듯
넋 잃은 배추 한포기
이제 실려 간다
푸르댕한 배춧잎
노란 심장 고갱이 놀라지 않게 감추고
뜯겨 나간 푸른 잎 사이로
쓰거운 소금다발
거친 시멘트 바닥의 아픔으로
파고, 파고든다.
즐거이 살 수 없다는 이 시절
웃으며 산다면 지옥의 사치라 하던가
찢겨 나간 배춧잎
쓰디 쓰거운 소금발 청춘
먼데 산
그 너머 어디 인 듯
떠나갈 수 있을......
고3
3학년 구건모
고등학교3학년
주위의 기대와 관심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너는 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난 널 믿어
이러한 말을 들을 때 마다
부담감은 커지고 초조해진다
10대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20대를 맞이하기 전 가장 중요한 시간
시계는 다른 때 보다 빠른 것 같고
마음의 시계도 재깍재깍 초조하게 흘러간다.
마음도 뒤숭숭하고
머리도 복잡하지만
다가올 새로운 날들을 상상하며
오늘도 힘을 내 본다
버스 안에서
3학년 김재근
비오는 날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봅니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에 손가락으로
길을 내 봅니다
나는 이 길을 통해 보이는
바깥 세상모습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문득 내릴 때 쯤
뒷자리에 어린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이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는 모습에
비바람 같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절망적인
3학년 박보성
하루하루 저물어 갈수록
뜨겁던 심장은 식어만 간다
젊은 날의 꿈들이 유령과 같이
등 뒤에서 나를 원망하고 있다
뜨겁던 발걸음은
절망의 늪으로 한 발자국씩
침전해간다
갈 곳도
해야할 것도
또,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매일같이
흐르는 눈물과,
뿌리치는 몸짓과 함께,
절망은 짙어져 간다
그러나,
어쨌든 살고 싶어서
사는 날까지는 살고 싶어서
늪에서 빠지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
정처없이 그저 걸어 가본다
눈은 가려져 있는 채로
계속 걸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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