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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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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15:00:53, 조회 : 550, 추천 : 35 |
<미니픽션>
술 먹는 소년
구준회
“머리가 아파요.”
소년은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소년이 아침부터 눈을 찡그리며 칠판을 제대로 못보고, 강의를 들으며 엎드리는 행동이 짐짓 몸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수업 시작 전부터 이미 얼굴이 열이 올라 붉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아파서 등교하는 애들이 많을수록 한숨이 나왔다. 6.25전쟁이 끝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학령대인 요 몇 년, 교실은 모자라고 학생들은 넘쳐 강당을 강당으로 쓰지 못하고 칸막이벽을 만들어 교실로 활용하고 있는 터였다. 학급 인원수도 사오십 명이 아니라 팔구십 명이나 되어 교실이 콩나물시루였고 통제가 잘되지 않아 늘 난장판이었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아픈 것은 선생님들이었다.
더군다나 이 학교에는 산동네 아이들이 많이 다녔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사람들이 산에 판잣집을 지으며 올라가, 서울 시내 4대문 밖의 야산은 나무대신 판잣집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꼭대기까지 빼곡히 심어져,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학교 옆에 유명한 달동네가 있고, 유독 아이들이 많아 이 학교 학생의 많은 수를 차지했다.
소년은 자꾸 잠이 오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는 아프다는 말을 하곤 했다.
“쟤 깨워봐라. 머리가 얼마나 아프니, 정 아프면 조퇴할래?”
아무래도 집에 보내야할 것 같아 선생님은 소년을 쳐다보았다.
“ 선생님 얘 술 먹었어요.”
순간 한 학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보니 짝꿍 여학생이 그 소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선생님은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랬다 정말 술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었다.
“너 술 먹었니?”
“술요? 아니요…… 그런 적 없는데요.”
“술 냄새가 나는데?”
“얘 가끔 이래요. 오늘은 엄청 많이 먹었나봐요.”
여학생이 한마디 거들었다. 선생님이 얼굴을 찬찬이 노려보며 손을 쳐들었다.
“이 녀석아 술 냄새가 나잖아 너 지금 거짓말 하는 거니? 아니 그리고 아침부터 무슨 술이 야? 어찌된 일인지 말해봐.”
“아닌데요. 전 술…… 먹지 않았어요.”
소년은 벌게진 얼굴색이 더 빨개지며 곧 울 기세였다.
“안되겠다. 이 녀석, 수업 끝나고 어머니 모시고 와!”
어머니에게서는 생선비린내가 났다. 손은 퉁퉁 부은 듯 했다.
선생님은 아침의 일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애가 술을 먹은 것은 아니고요……. 며칠 전부터 애 아빠가 아파서 노동일을 못나가다 보니 애 먹일 게 없어서 시장에 가서……. 굶기니 보다 나아 술지게미를 얻어다 사카린을 타 먹여 보냈어요. 오늘은 좀 많이 먹는다 싶더니……. 오늘은 제가 시장에서 생선 자르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낼은 밥을 해서 먹여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교무실 바닥으로 눈을 떨어뜨리며, 머리 회로가 엉켜옴을 느꼈다.
< 술집. ㈜우리글 .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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