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준회
(Homepage) |
2017-08-14 02:28:00, 조회 : 77, 추천 : 0 |
(미픽)
로망은 로망이다
ㅡ 어느 작사가의 고백
구준회
이게 단순히 승질 내는 걸로만 알면 안됩니다.
혹시 아십니까. 내집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2년을 저금해 산 3천원짜리 바이올린이 있습니다. 60년대 동네 악기점 가 물어보니 3천원이라 말하는 가게 아저씨 말을 믿고 국민학교 6학년, 중1, 2년간 붕어빵, 맛사탕 사먹고 싶어도 참고 모아 그걸 샀습니다. 그새 올라 안 판다는 것을 울며 떼를 써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을 다녀야 한다더군요.학원 다닐 돈이 없어 배우지 못했습니다.평생 이삿짐의 하나가 됐죠. 그건 아직도 끌고 다닙니다.평생 긁어대서 활줄이 열가닥 쯤 남았을 겁니다.
고등학교 때 작사 작곡한 곡이 있습니다. 해양전문대 다니는 친구 생각하고 쓴 곡입니다. 가사를 쓰고 심혈을 기울여 콩나물대가리를 그려 악보를 완성해 많이도 불러봤습니다."망망한 바다 뱃길 위에 저 달이 떠오르면 멀리 산촌 바라보며 고향집 그린다~"지금도 흥얼 거릴 수 있습니다. 참 촌스럽지만 내 애창곡 1번입니다. 내겐 명곡이죠.생의 최초의 내 창작곡이니까요.
고등학교 때 음악이 하도 듣고 싶어 옆집 공고생과 청계천에 가 2천원어치 부품을 사다 전축 턴테이블과 대형스피커 좌 우를 베니아판을 짤라서 만든 적도 있습니다. 10년은 들었을 겁니다.
내 집에는 고등학생 때 톱악기로 해보던 미군부대 미국톱, 하와이 여행중 산 고물 트럼펫, 인터넷에서 산 중고 섹스폰이 있습니다. 제대로 부는 건 풀피리와 하모니카. 혼자해도 되니까요. 하모니카는 중학교 때 교회당 대예배에 나가 분 적도 있습니다.
중학교 사생대회에서 특선하여 상품으로 생전 처음 염원하던 28색 그림물감을 소유해봤고 여러 외부대회에 학교대표로 나가 많은 상을 탔었습니다.
고등학교 미술선생님한테는 애들이 깍다 버리고 간 석고를 주어다 숙제를 냈더니 니가 한 거냐고, 미술대생이 해준 거라고, 거짓말 한다고,뒤지게 얻어 맞은 쓰린 추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걸 다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중2 때 쓰러지셨으니까요.
아십니까 여러분 곁의 작사가들 중엔 돈이 아니라 펜만 있으면 되는 예술이라서 글쟁이가 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요즈음 마트에 가서 천원짜리 양배추를 사서 초장 찍어 먹으면 몇 끼니를 먹을 수 있는지. 작사가 중엔 근근히 품팔이를 하고, 때론 그 양배추 너덧장씩을 한 끼니씩 아껴 먹으며 작사를 한 이도 있다는 것을. 양배추잎을 연어회라고 연상하며 초장을 찍어 입에 넘기는 작사가를.
어떤 속에서도 음악을 창작한다는 것, 음악 한다는 것이 이렇게 로망인 회원도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