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준회
(Homepage) |
2017-09-30 19:41:50, 조회 : 73, 추천 : 3 |
<미니픽션> 2011-09-20 조회수 315
수영
구준회
요즈음 어린이들은 수영장에서 좋은 수영복과 물안경을 착용하고 수영장에서 정식 수영을 배운다. 어려도 제대로 된 코스를 이수하기에 자못 수영하는 모습이 유연하고 보기가 좋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개울물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다 수영을 배우게 된다. 얕은 개울물이나 계곡의 물 고인 웅덩이에서 놀다 보니 수영장처럼 길게 수영을 헤쳐 나갈 일이 없다. 풍덩 빠졌다가 팔 몇 번 저으면 끝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수영자세를 본 적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익힌다. 빠지지 않기 위해 본능에 의거해 팔 젓기나 발차기로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게 전부인 것이다.
계곡의 시냇물은 물깊이가 얕아 바위 위에 올라가 소위 다이빙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배가 바닥에 닿아 긁히기가 일쑤다. 그래서 우리 또래들은 거의 어렸을 때 배를 잔돌에 긁혀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어려서 부모님들께 혼나기도 많이 했다.
어릴 때 여름 날 친구와 둘이서 집 뒷산너머 절이 있는 계곡을 찾았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놀이시설이나 공원 등이 없어 학교가 파하면 뒷산에 올라가 늦도록 풀 속이나 나무를 타며 노는 것이 일과였다. 그 산을 말 바위산이라 했는데 그 아래 오래된 큰절이 있어 사람들은 새 절이라 불렀고 지금의 신촌 뒷산의 봉원사였다. 봉원사 근처는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있어 사람들이 약수와 산보를 위해서 많이 찾는 곳이었다.
친구와 나는 숲 속 개울에서 발가벗고 헤엄을 치며 물장난을 하고 놀았다. 그 당시에 아이들은 물을 보면 의래 발가벗고 들어가는 것이 흉이 아니었다. 한참을 놀다 계곡물이 차가워 추워지면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아 햇볕을 쬔 뒤 또 놀곤 했다. 인기척도 없는 산 중에 숲도 우거져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고 가끔 새소리와 메뚜기만 뛰고 있었을 뿐이었다. 한참을 놀고 나니 우리는 배도 고프고 조금 있으면 저녁도 될 것 같았다. 집에 가자고 말하며 마무리 헤엄 한번만 더하자고 합의하고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숲 속에서 웬 아저씨가 한 분 우리를 쳐다보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아저씨는 물 속에 있는 우리들을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발가벗고 있었으므로 추워도 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할일이 없어 심심한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들고 우리들을 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싫어요’
우리는 싫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화를 내 곧 매를 때릴 것 같은 표정을 하며 우리의 옷을 들고 말했다.
‘이 옷 아저씨가 가져간다.’
‘아, 안돼요.’
‘그럼 이리 나와 서. 차려!’
우리는 망설이다가 도망갈 곳도 방법도 찾지 못하고 아저씨 앞에 가 섰다.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아저씨는 우리를 구령을 붙이며 차려 열중쉬어를 여러 차례 시킨 뒤 얼굴을 찬찬히 쳐다 봣다.
‘너희 몇 학년이니‘
‘2학년인데요‘
‘2학년인데요?, 그렇게 밖에 대답 못해?
‘어 어떻게 해요 그럼’
‘허, 내가 가르쳐줘야하냐. 넷! 2학년입니다! 이렇게 해야지, 다시 해 봐!‘
그리곤 맘이 안 든다고 스무 번도 더 이 말을 반복하게 했다. 발가벗고 고추를 손으로 가리고 이게 무슨 창피람.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지나가는 이가 없었고 아저씨는 회초리를 들고 바위를 탁탁 때리며 더욱 신이 나서 우리를 더 잘해보라며 강요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럴수록 겁에 질려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좋아 그건 됐다, 지금부턴 노래해 봐.’
‘예? 노래요. 무슨 노래요?.
‘아무 노래나 해 봐’ 학교에서 배운 거 없어?.
이미 목청이 아프도록 구호를 외쳤고 그래서 이젠 옷을 찾고 집에 가나보다 생각했던 우리는 다시 암담해졌다. 저녁 해가 지려고하니 물 밖으로 나온 지가 오래 돼서 오들오들 떨렸고 배도 많이 고팠다. 결국 겁먹은 우리들은 교과서 동요를 아는 대로 한권을 다 부르고야 아저씨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저녁 어스름이 막 끼어오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무력감과 분노와 억울함, 창피한 감정이 오래도록 차지했고 오랫동안 우리는 그 산을 넘어가지 않았다.
게시물이이동되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