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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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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09:30:26, 조회 : 962, 추천 : 52 |
제목 추억의 아이스크림
추억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요즘 유명 제과 회사에서 만들잖아. 그때는 그런 게 아니고 리어카에 아이스케키를 만드는 기계를 싣고 동네를 도는 아저씨들이 즉석에서 만들어 팔았지. 양철통에 칸칸이 칸막이를 지른 아이스케키 기계에 물과 설탕과 팥죽 물을 섞은 액을 붓고 얼리는 거야. 물론 나무젓가락을 칸칸이 하나씩 꽂아두지. 그러면 팥아이스케키가 즉석에서 만들어져. 칸막이에 붙어서 잘 안 떨어지면 물을 확끼얹어서 뽑아내면 돼.
그 아이스케키 아저씨가 동네에 들어서면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이지. 신기하게도 아이스케키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무 놀이시설이 없던 시대에 큰 구경거리였거든.
아이들은 1원에 두개인 그 아이스케키가 빨리 얼기를 기다리다 뽑아져 나오면, 뜨거운 땡볕에서 땀을 찔찔 흘리다가 시원하게 빨아 먹는 거야. 그 맛이란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었지. 요즈음 고급 아이스크림 에 비하면 정말 비교도 않될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달콤하고 시원했는지.
달걀 아이스케키도 있었어. 계란같이 생겼는데 계란 반만한 양철 쪼가리를 두개 이어 붙여 동그란 통을 만든 후 그 안에 색소 섞인 설탕물을 넣고 고무줄로 꽉 동여매지. 그렇게 만든 계란만한 동그란 양철통을 커다란 둥근 통에 넣고 얼음을 잔뜩 채운 후 통을 오래 돌리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돌리면 얼음에 의해서 계란통 안의 물이 얼지. 그걸 꺼내 양동이물에 넣고 고무줄을 풀어 분해하면 동그란 얼음아이스크림이 탄생하는 거야. 노란색, 파란색, 흰색, 빨간색 등 형형색색의 얼음 계란. 그 딴딴한 얼음 아이스케키를 먹으려면 오래 녹여 먹어야했지. 물론 색소가 입과 혀 볼까지 물들여 한동안 먹은 걸 속일 수 없었어.
문제는 아이들이 모두 풍족하게 그 맛있는 아이스케키를 사먹을 수 없다는 거야. 그중 한아이가 사먹을 때 그 친구를 삥 둘러싸고 부러운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그 친구의 입을 쳐다보는 거야. 혹시 한번 먹어보게 해주지 않을까, 그 친구가 최대한 동정심이 느껴지게 이 세상에서 가장 측은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야. 그러나 그게 어떤 아이스케키인데 쉽게 주겠어? 시간은 흘러가고 아이스케키는 점점 작아져가고 아이들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지. 드디어는
‘ 한 입만 주라,’
‘ 딱 한번만 빨께’
하며 손가락 하나를 코앞에 들이대지.
그래도 잘 안 줘. 왜 그러냐하면 주변이 다 동네 아는 친구 사이인데 한 아이를 줬다가는 나머지 애들도 공평하게 한번 씩 빨게 될 거고 결과는 짐작이 가거든. 독한 놈일수록 아이스케키를 즐길 수 있는 거고 마음이 약한 놈은 첨에 한입 먹어보고 뺏기기 일쑤거든.
바로 거기에 내가 딱 걸린 거야. 엄마를 졸라 50전을 얻어 당당하게 나도 막대 팥아이스케키를 손에 거머쥐게 됐지. 의기양양하게 입에 넣고 그 달콤한 맛을 즐기는데 삥 둘러 선 아이들이 차마 마주하지 못할 지경으로 측은한 표정을 지며 내 입만 쳐다보는 거야.
-그래 니들의 부러움을 누려보자. 얼마만인가 설움과 가난에 몸부림치며 나도 떳떳이, 보란 듯이 아이스케키를 먹을 그날을 학수고대했던 것이. 부러워해라 부러워해라.―
아, 그런데 그 눈빛들과 버티기를 몇 초. 그들이 평소에 나에게 한 입 주곤 했던 그 아이들이 아닌가. 나 혼자 먹기로 버티기에는 양심이, 가치관이, 교양이 가만 두지 않는 거야.
‘너 한 입 먹어, 한번만 빨아야 돼.’
젤 불쌍해 보이는 애한테 조심스럽게 내밀었지.
흙과 먼지만 뿌연 흙동네, 어찌 그리도 뜨겁기 만한 한낮. 애들은 벌써 흙투성이 먼지범벅, 땟국물에 머리카락부터 엉겨 붙고 온몸은 흙수렁에서 빠져나온 듯했지. 그 몰골이란 그때는 자연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거지들이었다니까. 그중 가장 더럽고 측은해 보이는 애에게 말했던 거야.
‘먹어’
그 아이는 입을 가까이 가져왔지. 나는 아이스케키를 걔 입에 서서히 넣어줬어. 그때 그 애가가 아이스케키를 이빨로 꽉 물더니 내 손에서 잽싸게 아이스케키 막대를 잡아 채가는 거야. 아뿔싸, 뺏기면 안돼는데, 그 생각도 순식간 그 애는 아이스케키를 입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얼굴에 대고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어. 땟국물과 황토 흙먼지와 땀이 뒤범벅 돼 얼룩덜룩한 그 얼굴에, 콧물이 누우렇게 흐르는 코에, 땀 꼬질꼬질 이마에. 이렇게 잽싸게 온 얼굴에 아이스케키를 문지른 그 애는
‘자 먹어‘
그러면서 내게 아이스케키를 디미는거야. 아, 아이스케키에 묻어 있는 저 저저 더러운.......
차마 생각하기 싫은 현상이 벌어진 거지. 순간 하늘이 노래지더군. 그 아이스케키를 그 애가 여러 애들에게 권했지만 아무도 먹으려들지 않았어. 그 아이 혼자 유유자적하게 오래 오래 빨아먹으며 핥아먹으며 즐기더군. 노랗게 변색된 정말 더러분 백주 대낮에 말이야.
2014 한뼘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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